Drawing on repair: Kang Seung Lee
and Ibanjiha’s transpacific queer of colour critique
By Jung Joon Lee June 2023. In collaboration with Drawing Room, London. Journal article.
번역: 느네때문
들어가는 말
2021년 봄, 한국의 퀴어-트랜스 커뮤니티는 특히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. 김기홍과 변희수의 죽음 때문이었다. 두 트랜스젠더의 죽음은 비가시적인 사회적 트라우마를 초래했고, 퀴어 커뮤니티에게 분노와 슬픔을 안겨주었으나,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때문에 큰 규모로 모여 추모하기는 어려웠다. 본 논문은 이강승과 이반지하, 두 명의 한국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퀴어-트랜스의 죽음과 애도와 추모의 과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본다. 안티페미니즘, 트랜스젠더 배제적 래디컬 페미 니즘이 끈질기게도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두 작가의 작업을 통해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 하기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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애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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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반지하는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죽음을 그림과 회화로 그려낸다. (2022)에서 안드로진으로 보이는 인물이 캔버스 위에 마커로 그려져 있다. 이반지하가 ‘몸’이라고 부르는 요소이기도 하다. 배를 깔고 고개를 돌려 누워 땅에 귀를 대고 있다. 그 아래에 는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죽은 사람들의 얼굴이 적갈색으로 칠해져 있다. 누워 있는 인물을 반 원이 둘러싸고 있는데, 이는 마치 한국식 무덤을 떠올리게 한다. 반원은 반투명해보이고 죽은 자 와 산 자는 서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. “퀴어들의 죽음은 잘 알려지지 않고 너무 쉽게 잊혀진다.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들을 시간 이 필요하다. 분명히 더 들을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.” 작품 설명에서 이반지하는 이렇게 쓴다. …
협업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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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반지하가 자신의 마지막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(2019)는 역설적으로 많은 팬들의 존재를 드러냈다. 그 이후 콘서트 실황 앨범 발매에 이어 (2020-2021) 유튜브 방송을 하게 되면서 이반지하는 협업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한다. 다른 아티스트나 창작 자가 아닌 팬들과 협업을 하는 것이다. 이반지하의 퍼포먼스와 유튜브 방송은 관객의 참여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. (2020-2021)는 퀴어-트랜스 죽음에 응하기 위해 시작되어 서로 를 지탱해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. 이러한 커뮤니티는 이반지하에게도 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. ‘감태’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팬들이 ‘문화혜택비’를 납부하면 이반지하는 유튜브 방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업을 해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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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반지하는 이성애중심적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예술은 공적 자금을 지원받지 못한다고 말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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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1년, 이반지하는 첫번째 저서 (2021)에서 동성애 혐오와 여성 혐오에 기반을 둔 가정폭력, 사회적 폭력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경험을 자세히 전달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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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책 에는 작가의 시그니처인 ‘몸’을 소재로 한 드로잉, 회화, 애니메이션 스틸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. 수년에 걸쳐 진화하고 변화한 ‘몸’은 급변하는 신자유주의사회를 헤쳐나가는 이반지하의 ‘진보’인 동시에 이반지하 팬덤의 집단적 에너지를 상징하기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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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몸’은 책에서 공연, 갤러리에 전시되는 그림,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오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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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반지하 스스로도 종이와 캔버스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할 정도지만, 공간 부족과 저장 공간 부족으로 인해 디지털로의 전환은 불가피했다. 매체를 넘나드는 유연성은 이반지하가 세상 을 다루는 방식과 유사하다. … 이반지하에게 팬들과의 관계는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, 팬들과의 상호 신뢰와 애정을 통해 협업이 이루어진다. 예술적 협업이 예술가와 예술가, 예술가와 큐레이터 간의 관계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, 예술가와 팬, 종이와 유튜브 방송 등 예기치 못한 곳에서 일 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.
회복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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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반지하와 이반지하의 작품은 식민지주의적, 이성애중심주의적, 동질적 힘에 의해 지워진 ‘퀴 어 아시아성’을 회복시키려 하기보다는 보편성의 한계, 자본의 착취, 민족문화 안팎의 기만을 드 러내는 요소 등을 조명하며 트랜스퍼시픽(transpacific)한 비판을 제시한다. …
… <VIP: Visit Ibanjiha Professionally>(2022) 에서 이반지하는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에서 관객과 함께 퀴어적 정서를 가지고 작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, 관객의 반 응에 따라 작업을 했습니다. 또다른 퍼포먼스 프로젝트인 (2022-진행 중)에서 이반지하는 관객과 함께 퀴어 용어를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의 (불)가능성을 탐구한다. … 한국어로 그들만의 ‘퀴어 언어’를 발명한다. …
… 이반지하와 감태 사이의 문화혜택비 거래는 결국 신자유주의가 장려하는 모델과 일치하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다. … 그러나 테르미나가 주장한 것처럼 예술가 자금 지원 시스템은 사람들 간 의 관계를 재건하고, 특히 상실이라는 정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회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유대를 새로 만들어내는 협업의 일종이기도 하다. …
… 이강승과 이반지하의 작품은 죽은 자와 산 자에게 페미니스트적 귀를 빌려주고, 애도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, 그 방안으로 협업을 채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시공간을 뛰어넘는다. 회복적, 예술 적 경험을 재구성하여 관객이 여성혐오, 퀴어혐오, 트랜스혐오 폭력의 피해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 록 하는 여건을 조성한다. 이들의 협업은 죽은 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, 그들과 함께 회복의 작업에 동참하도록 관객을 초대한다.
원본 글: Jung Joon Lee
번역: 느네때문